“초복이 코앞인데…” 닭고기 확보 ‘비상’
“초복이 코앞인데…” 닭고기 확보 ‘비상’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6.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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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급식소 특식 ‘삼계탕’ 올해에는 못 보나

 

▲ 양계장에서 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위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가 전국적으로 재발하면서 단체급식소마다 닭고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의 절정인 삼복(초복·중복·말복)을 앞두고 주요 특식 메뉴인 삼계탕용 생닭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이하 농식품부)는 12일 거래 상인을 통한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을 오는 25일까지 2주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A.I 확진 농가가 제주도 6곳과 부산 2곳을 비롯해 전북과 경기, 울산, 경남 등 21개 농장으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올해는 이미 육계값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여파로 6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생계 1㎏ 가격은 올 초 1590원에서 현재 2790원으로 75% 급등했다. 지난해 겨울 A.I로 인해 산란종계(병아리 부화용 수정란을 낳는 닭)가 대량으로 살처분되면서 병아리 수가 줄었고 자연히 지금쯤 시장에 풀려야 할 육계 두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계탕용으로 많이 쓰이는 삼계 45~55호 1마리 가격도 최근 2580원을 기록해 1월 2280원보다 13% 상승했다. 전년 동월(1780원) 대비로는 45% 더 비싸다. 여름이면 보양식 수요가 급증해 육계값도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삼계탕용 육계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복은 7월 12일이다. 단체급식소에서 식단을 구성하며 식재료 준비를 대략 한달 여전부터 한다면 지금이 가장 분주해야 할 시기. 이미 삼계탕은 일반인들이 초복에 가장 많이 찾는 음식 1위이면서도 단체급식소에서 특식으로 가장 많이 내놓고 있는 메뉴다. 그럼에도 단체급식소에서는 삼계탕용 닭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급식 현장은 조림용 닭이나 닭가슴살, 닭다리 등 닭의 부위는 납품이 가능하지만 생닭 자체는 납품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독자적인 식재료 유통망을 갖고 있는 대기업 위탁급식업체보다는 학교 등 직영급식을 운영하는 곳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A고교 영양사는 “초복에 삼계탕을 특식으로 내놓기 위해 일찍부터 납품업체에 주문해 간신히 물량을 확보했다”며 “삼계탕용 닭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다른 학교에서는 확보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학부모들이 아직 A.I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어 실제로 삼계탕을 특식으로 내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초복과 중복은 급식소에서도 특식을 매년 준비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A.I파동 때문에 특식을 준비하지 못하는 급식소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 위탁급식업체들도 생닭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데 직영급식의 사정은 더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에 모 단체급식소 영양사도 “얼마 전 초복 준비를 위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삼계탕용 닭을 주문했는데 오히려 식재료업체에서 ‘가급적이면 주문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이 영양사는 “계란도 가격이 너무 올라서 1주일에 서너 번씩 메뉴에 포함하던 횟수를 크게 줄여야 했다”며 A.I파동으로 인한 단체급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닭고기와 함께 가격 상승 파동을 겪고 있는 계란은 국내 계란보다 훨씬 저렴한 태국산 계란이 대량으로 수입돼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A.I로 인해 계란값이 폭등하자 당초 정부는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기로 했다가 올해 1월 미국에서마저 A.I가 발생하자 수입국가를 태국으로 급변경한 바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에 수입되는 물량은 약 200만 개다. 농식품부는 이 계란들은 오는 20~21일경 수입돼 늦어도 6월을 넘기기 전에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태국산 계란의 가격은 현지 원가가 70원 정도로 관세 등을 감안해도 국내에 판매되는 가격은 100원 미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개 한 판에 3000원 미만인 셈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계란은 태국 정부의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부여한 농장에서 생산됐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수입되는 200만 개를 시작으로 매주 200~300만 개의 태국산 계란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단체급식 현장에서는 태국산 계란이 직접 납품될 수도 있지만 물량부족으로 폭등하고 있는 계란가격 하락을 유도해주길 바라고 있다.

서울시내 모 급식소 영양사는 “계란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품귀현상 때문이다”며 “보유한 물량이 풀려서 가격이 지난해 수준으로 하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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