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식재료 품평회가 주목받는다] eaT에 대한 불신, 품평회로 극복한다
[학교급식 식재료 품평회가 주목받는다] eaT에 대한 불신, 품평회로 극복한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8.06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기초단체, 학교급식 식재료 직접 맛보고 선택업체는 판로 확보, 학교는 급식 질 제고 ‘일석이조’

학교급식과 식재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은 학교급식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리고 안전한 식재료 공급을 위해 G2B(조달청 나라장터)·eaT(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를 통한 경쟁입찰을 권장했다. 특히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학생건강과 직결되는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학교에 eaT를 이용하도록 강제에 가까운 권고도 해왔다.

그러나 eaT가 안전한 식재료 공급을 담당하기에는 여러 가지 허점과 부작용이 노출되면서 이에 대한 보완 및 대안으로 식재료 품평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성북구 품평회.
2010년 성북구, 서울지역 최초로 개최

식재료 공동구매를 위한 품평회는 다른 지역보다 서울에서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학교급식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특산물 등 이른바 ‘로컬푸드’를 식재료로 사용하는데, 농지가 거의 없는 서울시는 ‘로컬푸드’ 대신 타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

서울시는 특히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의 당선 이후 친환경급식이 강조되면서 일선 학교 및 기초지자체의 안전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품평회를 통한 식재료 공동구매로 연결되었다.

가장 먼저 나선 지역은 성북구(구청장 김영배)였다. 성북구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먼저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2010년 6월 첫 번째 공급업체 선정 품평회를 열었다. 처음 열린 품평회 대상은 친환경 쌀이었고 선정된 업체는 5개였다. 그리고 이듬해 김치 품평회를 열어 5개 업체를 선정했다.

업체가 선정되면 최초 3개월간은 구청이 직접 납품 학교를 지정해주고 그 이후 매년 학교에 자율선택권을 주었다. 선정된 업체의 납품기간은 2년.

성북구는 2년마다 품평회를 열어 업체를 새롭게 선정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품평회가 지난달 19일 서울삼선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열린 김치 품평회였다.

품평회는 급식 식재료를 선정하는 마지막 절차다. 성북구에서는 업체 선정 공고에 이어 업체들의 서류심사(30점), 현장실사(30점), 품평회(40점) 점수를 합산해 최종 업체를 선정한다. 현장실사에는 학부모 급식모니터링단과 학교 영양(교)사, 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그들이 직접 생산현장의 위생과 생산과정 등을 평가했으며 품평회에도 학부모와 학교 영양(교)사, 교육청 관계자는 물론 학생들도 참여했다.

▲ 노원구 품평회
학부모와 학교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16년 납품실적을 보면 성북구에는 지난 6월 기준으로 61곳(초 29개, 중 18개, 고 14개) 중 55곳(초 27개, 중 16개, 고 12개)이 품평회 선정업체의 김치를 사용했다. 총 구매량이 27t, 구매금액은 11억5000만 원에 달했다.

품평회를 통한 식재료 공급업체 선정은 식재료의 안전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예산도 절감된 것으로 나타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성북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예산대비 16%(약 2억여 원)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비대면 입찰시스템을 통한 식재료 구매시  일부업체들이 학생들이 먹기에 부적합한 식재료를 납품하는 사례가 수시로 발생했다"며 "지자체가 직접 학부모·영양(교)사 등과 함께 품평회를 통해 식재료 업체를 평가하고 인증하면서 학교급식의 질과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 상승”

노원구는 성북구에 이어 두 번째로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설립했다. 2012년에 첫 품평회를 연 노원구는 지난해 12월 구청 대강당에서 ‘학교급식 우수식재료 공동구매 업체 선정 품평회’를 열었다. 당시의 평가 품목은 쌀과 김치였다. 노원구는 선정기간을 기본 1년으로 정하고, 1년 후 평가를 통해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노원구가 품평회를 통해 선정하는 품목은 쌀과 수산물, 김치 3종류다. 학교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다. 노원구에 따르면 노원구내 38개 초등학교는 모든 학교가 품평회에서 선정된 업체의 식재료를 사용한다.

▲ 서대문구 품평회
26개 중학교 중에서는 12개 학교가 김치를, 8개 학교가 수산물을 품평회를 통해 공동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 지원대상이 아닌 고교에서는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노원구 학교급식지원센터팀 김수경 주무관은 “품평회의 장점은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영양(교)사, 교육청 관계자 등 이해관계가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현장을 실사하고 참여하기 때문이다”며 “업체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학교는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은평구 품평회
품평회는 점차 확대됐다. 서대문구와 은평구, 도봉구도 2010년부터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다. 은평구에서는 친환경쌀을 대상으로 2010년 첫 품평회를 열었고 이후 김치, 수산물을 대상으로 열고 있다. 은평구는 쌀과 김치는 같은 해에 열고 수산물은 별도로 품평회를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수산물 품평회를 열었고 올해 12월에 쌀과 김치 품평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당초 지난 7월 쌀과 김치 품평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까다로운 현장실사를 통과한 업체 수가 당초 선발하기로 한 업체 수와 동일하게 선발되면서 품평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게 됐다. 업체들의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만으로 업체 선정이 완료된 셈이다.

▲ 성동구 품평회
성동구는 올해 처음으로 식재료 품평회를 개최했다. 대상은 쌀, 김치였다. 이번 품평회에는 5월부터 진행된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평가를 통과한 쌀 8개, 김치 5개 업체가 참여했다.

품평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영양(교)사, 학교장 등 학교급식 관계자 130여 명이 평가단으로 참여해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종 선정업체는 9월부터 희망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쌀과 김치를 공급하게 된다.

성동구 이이영 친환경급식지원센터장은 “올해 2월부터 업체 선정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타 자치단체의 품평회 개최 방법과 진행 등을 많이 참고했다”며 “학부모들의 반응도 매우 좋아 학교급식에 대한 믿음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