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탁급식 대기업 진출 규제 나서나?
정부, 위탁급식 대기업 진출 규제 나서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9.1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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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공정위에 과점 실태조사 및 개선 방안 지시업계 “대기업 규제, 위생과 안전 소홀로 이어질 것”

정부가 대기업계열 위탁급식업체의 과점 방지에 나설 뜻을 내비추자 이에 대한 급식 관계자들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체급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위생과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 소홀해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과점에 대해 실태점검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이 총리는 “국내 (민간)단체급식 시장에 중소기업 참여는 적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비중이 큰 상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시는 결국 대기업계열 위탁급식업체의 단체급식 시장 진입을 제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단체급식 시장규모를 대략 14조 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학교처럼 직영급식을 운영하는 곳을 제외한 위탁급식 시장은 약 6조 원 가량으로 이 중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대기업계열 업체들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동원홈푸드·풀무원 계열의 ECMD 등 중견기업이 1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이 총리의 지시가 단체급식 시장의 몰이해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위생과 안전에 관한 문제다. 단체급식은 조그마한 안전사고도 피급식자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으며, 자칫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위탁을 의뢰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위생과 안전을 믿을 수 있는 대기업계열 업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생안전 관리능력에 차이가 있어 대기업계열 업체를 선택했다면 이를 굳이 ‘대기업의 과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06년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이 위탁 운영하던 학교급식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이래 단체급식에서 최우선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은 위생과 안전이다. 이 같은 CJ푸드시스템의 사태 이후 대기업들은 위생과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담부서를 두며 효율적인 위생안전 관리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생안전 관리능력과 브랜드에 따른 구성원 선호도가 반영되어 대기업의 위탁급식이 많아진 건데 대기업이 마치 불공정한 경쟁으로 중소업체를 밀어낸 것으로 정부가 보고 있다면 잘못된 시선”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가 도저히 대기업계열 업체의 단가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계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의 한 끼당 급식단가가 3500원이다. 중소업체의 경우 이 단가로 급식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결국 중소업체는100~200명의 소규모 단체급식을 운영하고, 대기업은 보다 큰 단체급식을 운영하는 것으로 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에도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살리기 차원에서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가 올해 초 슬그머니 제한 규제를 풀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자 외국계기업과 중견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동원홈푸드와 풀무원계열의 ECMD, 미국계기업인 아라코의 시장 점유율이 급증했다. 특히 아라코는 정부세종청사 2구역을 시작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서울보증신용재단·국립환경과학원 등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내는 등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위탁급식 관계자는 “지난 공공기관의 대기업 참여 제한도 결국 정부가 의도한 중소기업 살리기에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단체급식은 규모와 경제적 관점이 아닌 무엇보다 위생과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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